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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헐크가 바꾼건 몸만이 아니다 .

작성자 아마골프(ip:)

작성일 2020-09-22

조회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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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컵을 들고 있는 디섐보. 그의 덩치가 커서 우승컵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AFP=연합뉴스] 브라이슨 디섐보는 헐크처럼 몸을 불려 코스를 압도해 US오픈에서 우승했다. 그가 바꾼 건 몸만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 기존의 상식을 의심했다.

물리학책을 통째로 베끼고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했다. 몸뿐 아니라 장비, 스윙, 전략, 머리까지 개조하려 하고 있다.

물리학도여서인지 그는 애매한 느낌으로는 만족 못 한다. 아침에 일어나 몸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데 좋다, 나쁘다 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인 데이터를 원한다고 했다.

샷을 하기 전에도 모든 것을 확실히 해두려고 한다. 공 치기 전 샷 거리는 누구나 계산한다. 타깃이 10m 위라면 10m를 더하고, 바람이 강하면 두 클럽 더 잡는 정도다. 디섐보는 숫자가 필요하다. 그에게 필요한 숫자들이다.

첫째 ^공기밀도를 계산한다. 공기밀도와 샷 거리의 관계에 대한 계산법은 경쟁자들에게 알려질까 공개하지 않는다.

둘째 ^샷 지점과 타깃의 고저 차도 계산하다. 일반 골퍼처럼 단순하지 않다. 같은 7야드 위라도 4번 아이언으로 칠 때는 9야드, 피칭웨지는 4야드만 더한다.

셋째 ^바람 계산은 구질과 바람의 방향 세기 등에 따라 다르다. 아직 완전히 연구하지 못했다. 디섐보는 브리지스톤 공을 쓰는데 바람에 가장 안정적이어서다.

넷째 ^공이 놓인 라이 경사다. 역시 계산 방법 비공개다.

다섯째 ^런 거리는 공 떨어지는 곳의 경사 등도 고려한다. 2도 다르면 런치앵글이 2도 바뀌는 것과 같다.

여섯째 ^비밀. 뭔가 하는데 완전히 비밀이다.

디섐보는 올해 들어 몸무게를 20kg 정도 늘렸다. 앞으로도 더 늘릴 계획이다. [AP=연합뉴스]

장비에 대해서도 전문가 뺨친다. 17세 때 길이가 같은 아이언을 직접 만들었다. 웨지와 퍼터를 포함해 모든 클럽에 그래파이트 샤프트를 쓰는 얼리 어답터다.

상식과 달리 헤드 토우 쪽 뒤가 움푹 들어간, 보기 흉한 웨지를 제작해 달라고 해 오랫동안 사용했다. 그린 핀 위치를 재는 컴퍼스를 이용하는 등 끝없는 실험을 했다.

디섐보가 사용하던 웨지. [사진 PGA 투어]

스윙도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다. 원 플레인 스윙을 사용하고, 홀을 정면으로 보고 하는 사이드 새들 퍼트 자세를 쓰다가 규제받기도 했다.

일반 선수들은 약간 창피하다고 여기는 암락킹 퍼트 그립을 쓴다. 물리학 용어인 벡터 퍼팅이라 불리는 퍼트 연습을 통해 거의 꼴찌이던 퍼트 능력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머리도 훈련하려 한다. 연습라운드를 할 때 자율 신경계를 강화해 운동능력을 향상하는 기계를 쓴다.

디섐보의 이런 집념이 대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안됐을 때 분노를 제어하는데 약간 어려움을 겪는 듯하다. 2018년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그는 퍼터를 차에 매달고 질질 끌고 다녔다.

퍼트가 잘 안 돼서, 퍼터에게 레슨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퍼터는 죄가 없다. 퍼터를 쓴 퍼티(puttee:골퍼)의 잘못이다.

디섐보는 퍼터 그립을 팔에 붙이고 하는 암록 퍼트 그립을 사용한다. [AP=연합뉴스]

슬로플레이도 눈총을 받는다. 디섐보는 “원래 슬로플레이가 아니었는데 계산할 것이 많아지면서 느려졌다. 절차가 많은 걸 감안하면 오히려 빠른 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래도 대충 감으로 하던 걸 숫자로 바꾼 건 과학이고 발전이다. 그는 “공이 핀 10m에 떨어져 서는 것과 8m 옆에 멈추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내가 특별히 똑똑하지는 않지만 열정은 뛰어나다. 뭔가를 정말 좋아하고 헌신할 수 있다면 그 분야에서는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 칼럼니스트 박노승 씨는 “디섐보는 골프를 바꾼 역사상 5대 인물 중 하나”라고 했다. 충분히 동감한다. 6타 차로 앞선 US오픈 18번 홀 티샷을 한 후 야디지북에 뭔가를 꼼꼼히 적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마블 영화에서 헐크로 변하는 로버트 브루스 배너 박사도 물리학자다. 그는 인간적인 인물이다. 디섐보는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다. 성과가 뛰어나니 좋아하든 싫어하든 새로운 골퍼의 전형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론 20세기 골퍼의 낭만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감'도 든다.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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